김 진 환 (법무법인 충정 대표변호사 전 서울중앙지검장)
검경수사권 조정안이 진통 끝에 지난 20일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하였다. 밥그릇싸움이 되서는 안된다는 대통령의 질타로 청와대가 직접 조정에 나서 해묵은 숙제에 대하여 극적인 큰 타협을 이끌어 낸 결과이다.
검찰과 경찰이 대승적 차원에서 한발짝씩 양보하여 국무총리실장의 발표대로 “경찰이 법적근거를 갖고 수사를 개시·진행 할 수 있도록 하되, 검찰에 수사지휘권을 보장함으로써 균형과 견제가 이루어 질 수 있도록” 조정했다.
우리사회 곳곳에 미결의 갈등요인이 적잖게 도사리고 있다. 지역·정파·기관간 이기주의의 벽을 넘지 못해 통합·조정의 길이 아직도 먼데, 사정의 두 중추적 기관이 볼썽사나운 권한 다툼을 접고 중재안에 합의하여 입법절차에 들어간 것은 높이 평가할만 하였다.
그런데, 작은 가지에 불과한 세부 후속조치사항을 놓고 미리 손익계산을 따지며 다툼을 재연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위 합의에 안도한 많은 국민들을 다시 실망시키고 불편하게 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어려울때는 기본으로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이번 중재는 국가 통치조직의 원리인 견제와 균형(checks and balances)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보기 때문에 이를 다시 상기시켜볼 필요가 있다.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기 위하여 국가권력을 분할하여 집중을 방지하고 상호 견제토록 하여 균형을 유지하는 국가의 구성원리는 동양에서는 뜻있는 제자백가들의 꿈이었으며, 서양에서는 근대 정치철학자들이 민주주의를 위해 고안한 황금의 법칙이었다.
건국이후 형사소송법을 제정하는 과정에서도 국민의 인권을 최대한 보장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을 위하여 많은 논의를 한 끝에 인권침해 우려가 수반되는 수사작용에 대하여는 적법성 보장을 위해 판사·검사 등에 의한 사법적 통제를 받도록 하는 수사구조를 채택하였다.
물론 사법통제의 방식은 우리나라와 같은 대륙법계와 영미법계가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아무런 통제장치가 없는 독자적 수사권은 근대 법치국가의 원리에 어긋나는 것이다. 영국과 미국의 경우도 치안판사, 대배심, 자치경찰제, 선거, 변호사제도 등에 의해 통제되고 있다고 본다. 검찰은 법원에 의해 견제되고 있다.
우리나라 검경제도의 원형인 독일에서도 1970, 80년대 우리와 유사한 수사권 논쟁이 제기되어 필자가 유학한 막스플랑크 국제형사법연구소에서 수사기록을 정밀 분석하여 검경의 수사분담 비율을 조사한 바 있는데, 비록 경찰이 수사를 담당한 비율이 대부분이였지만 그 현실을 규범적으로 인정해주되 큰 정보력을 가진 경찰이 법치국가의 측면에서 용인할 수 없는 거대권력(Übergewalt)이 될 것이므로 검찰의 통제력을 더 강화하자는 쪽으로 논의가 전개되었다.
우리나라에도 14만의 막강한 경찰조직에게 자율적인 수사개시·진행권을 부여하게 되는 만큼 1만명에 이르는 수사경찰을 타분야 경찰과 분리하여 독립성을 제고하고 전문화를 추진해야한다.
검찰의 수사지휘권은 사실상 모든 사건에 미칠 수 없다. 검찰은 불요불급한 분야의 직접수사를 자제하고 수사절차의 사법통제자로서 보다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수사지휘방식을 개발하여 수사의 적법성을 확보하는 감독기능에 더 충실하여야 할 것이다.
현재에도 법무부령인 ‘사법경찰관리집무규칙’에서 경찰의 보고, 수사, 송치 등에 관한 여러 준칙을 두고 있지만, 이를 개정하여 검찰 지휘의 방식 등을 보완할 때 기초적인 국가구성 원리와 형사사법의 대원칙에 대한 올바른 인식하에 다른 기관의 기능을 최대한 배려하는 금도를 보이면 양기관이 상생하는 황금분할의 해법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내사”가 수사지휘 대상인 ‘모든 수사’에 포함하는지에 관하여 다시 마찰을 빚을 소지가 있다는 성급한 추측이 있지만, 이 역시 기본으로 돌아가면 큰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본다. 내사는 기본적으로 수사 전단계이므로 수사개시권을 인정받은 경찰의 내사활동에 검찰이 관여할 일이 아니다. 다만, 대법원 판례처럼 성질상 수사라고 볼 수 있거나 수사로 이어질 내사가 매우 중요한 사안인 경우에는 경찰도 그 진행사항을 스스로 검찰에 보고하여 검찰의 지휘를 받는 등 국가형벌권의 실현에 공동보조를 취해야 마땅한 일이다.
모든 판단의 가늠자는 국민이다. 국민들이 따가운 눈초리로 이번 합의의 이행을 지켜보고 있다. 편파적인 조치와 운영이 있으면 국민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누가 국민권익 보호에 더 열과 성을 다하는지 시퍼런 눈을 뜨고 지켜 보고 있음을 한시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